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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트렌드

흑백요리사 성공 요인으로 살펴보는 콘텐츠 기획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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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 (출처: 스튜디오슬램 홈페이지 - https://studioslam.net/works/)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주변에 안 본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인데요. 각종 SNS에 숏폼 형태로 콘텐츠들이 끊임없이 퍼지고 있고 출연자들의 식당은 소문이 퍼질 대로 퍼져 장사진을 치고 있다고 하죠. 이렇게 흑백요리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재밌어서가 아닐 겁니다. 여타 서바이벌 프로그램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거겠죠. 그 무언가를 마케팅과 기획 관점에서 분석해 보려 합니다. 그리고 글 말미에는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콘텐츠 기획 방법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려 합니다. 이번 콘텐츠는 직무에 상관없이 가볍게 볼 수 있는 글이지만 콘텐츠를 만들거나 기획을 주로 하는 사람, 디지털마케터들에게는 특히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 글에는 흑백요리사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서바이벌이 아니라 드라마

흑백요리사를 본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프로그램의 장르는 예능이 아니라 드라마같다는 것이었습니다. 프로그램 전체가 하나의 스토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죠. 거기다 드라마적인 요소까지 겹쳐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 일부러 만든 갈등 구조

스토리의 기본적인 구조는 주인공과 문제 혹은 악당이 있고 이 둘이 대립하는 구도가 드러나는 겁니다. 즉 갈등 구조입니다. 흑백요리사는 컨셉부터 갈등 구조를 따랐습니다. ‘흑과 백, 계급을 나눠 전쟁을 펼친다’. 이게 프로그램의 컨셉입니다. 흑수저는 실력은 있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재야의 고수로 설정했고 백수저는 화려한 경력의 아주 유명한 셰프로 설정했죠. 프로그램 컨셉에 맞게 계급을 극명하게 나눈 겁니다. 특히 흑수저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계급론의 흙수저와 발음이 같아 무의식적으로 흙수저와 동일시하게 되죠.

 

그리고 이런 흑수저가 백수저에게 도전하는 구도가 만들어집니다. 흑수저 80명이 예선을 펼쳐 20명으로 추린 후 이 20명이 백수저와 대결을 펼치는 겁니다. 백수저는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은 채 다음 라운드로 올라가 흑수저들의 도전을 받아들입니다. 마치 주인공이 어려움을 헤치고 매우 거대해 보이는 악당에 도전하는 것처럼요.

 

 

(출처: 스튜디오슬램 홈페이지 - https://studioslam.net/works/)

 

 

세트장의 구조 역시 흑과 백의 심리적 갈등을 유발합니다. 흑수저 요리사들은 1층에, 백수저 요리사들은 2층에 배치해 백수저 요리사들이 흑수저 요리사들을 내려다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흑수저 요리사들은 백수저 요리사에 대해 왠지 모를 적대감을 갖게 되고요. 이렇게 출연자들을 흑과 백으로 나눈 후 일부러 심리적인 갈등을 유발한 뒤에는 흑수저 요리사가 백수저 요리사에 도전하는 모습을 연출해 일종의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 전형적인 잘 팔리는 스토리의 구조

보통 스토리에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반면 흑백요리사에는 따로 주인공이 없죠. 그런데 흑수저 요리사들이 마치 주인공의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 초반 내내 흑수저 요리사들의 스토리가 연출되고 이들이 이미 성공한 백수저 요리사들에게 도전하는 구도는 시청자들이 은연중에 흑수저 요리사들을 응원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결국 시청자들이 응원했던 흑수저 요리사 중 한 명이 백수저 요리사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하게 되죠. 어쩌면 제작진이 원했던 그림인지 모르겠습니다.

 

상대적으로 열세인 주인공이 강한 상대를 만나 우여곡절 끝에 승리를 쟁취하는 그림. 마치 드라마나 영화, 소설의 줄거리와 유사합니다. 이렇듯 흑백요리사의 전체적인 구조는 전형적인 잘 팔리는 스토리의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 스토리 안에 스토리

게다가 출연자들의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스토리 안에 스토리를 녹여냈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요리에 담아내는 미션이나 자신의 이름을 건 요리를 선보이라는 미션으로 출연자들이 본인의 스토리를 말하도록 유도한 거죠.

우승자보다 준우승자인 에드워드 리 셰프가 계속해서 주목을 받는 것은 본인만의 이야기를 인상적인 방법으로 잘 표현해 울림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 많은 출연자들이 여러 미션에서 각자의 스토리를 밝힘으로써, 그동안 긴장으로 가득 차던 대결의 분위기를 감동으로 녹였습니다.

 

이처럼 흑백요리사 프로그램은 스토리로 시작해 스토리로 끝이 납니다. 프로그램 전체가 스토리로 이루어져 있는 거죠. 그래서 사람들은 예능이나 단순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는 게 아닌 극적인 드라마를 본다고 느끼는 겁니다. 그리고 다른 프로그램을 볼 때보다 훨씬 재밌다고 느끼는 거고요.

 

 

 

2. SNS, 유튜브를 통한 끊임없는 입소문

유튜브나 SNS에서 요즘 가장 많이 등장하는 콘텐츠가 바로 흑백요리사의 콘텐츠입니다. 특히 숏폼 콘텐츠로 많이 생산되기도 하고 밈으로 재탄생하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스토리로 단순 예능이 아닌 드라마를 만들어내, 그만큼 인상적이고 재밌는 장면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비단 그 이유 때문에 입소문이 퍼지는 건 아닙니다. 프로그램이 요즘 밈이 탄생하기 좋은 특성과 함께 입소문이 퍼지기 쉬운 조건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 어떤 것보다 유용한 요리 콘텐츠

조나 버거의 마케팅 저서 <컨테이저스>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공유가 많이 이루어지는 콘텐츠의 특징은 흥미로움과 동시에 유용성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즉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거나 같이 얘기하고 싶은 내용이 담겨 있으면 공유가 일어나기 쉽다는 겁니다.

 

흑백요리사에는 생각보다 유용한 내용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다양한 요리가 등장하고 조리되는 과정이 나오기 때문에 요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지식을 뽐내고 서로 얘기하기 좋죠. 특히 특정 재료를 가지고 셰프들이 본인만의 요리를 만드는 미션이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은 이미 존재하는 조리법뿐 아니라 새로운 요리와 조리법을 알게 됩니다. , 요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무엇보다 유용한 콘텐츠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를 다시 콘텐츠로 만들어 자연스럽게 입소문으로 이어지는 거죠.

 

흑백요리사 메뉴 만들기 콘텐츠 (출처: 유튜브 채널 아끼리 akkiri)
유튜브 댓글

 

 

 

  • 공유를 유발하는 경외심

공유를 많이 일으키게 하는 요소 중 또 하나는 경외심입니다. 경외심이란 놀라운 실력이나 숭고함, 지식, 힘을 접할 때 느끼는 충격과 놀라움을 뜻하는데요. <컨테이저스>에서는 경외심을 많이 유발할수록 사람들이 공유를 많이 한다고 합니다.

 

흑백요리사에는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우선 화려한 경력의 셰프들이 줄줄이 등장하고요. 이들을 백수저로 설정해 흑수저 셰프들이 우러러보도록 설정했습니다. 프로그램 1화에서도 흑수저들은 아래인 1층에서, 백수저들은 2층에 위치시켰습니다. 상대적인 위치를 설정해 계급이 두드러지게 했죠. 이 때문에 안 그래도 유명한 백수저 셰프들이 더 주목을 받게 됩니다. 그럼 사람들은 유명한 셰프의 등장에 마구 공유를 하게 되죠.

 

 

  • 숏폼 콘텐츠를 양산하기 좋은 조건

흑백요리사에는 총 100명의 출연자가 나옵니다. 처음에는 80명의 흑수저 요리사들이 일종의 예선전을 치르는데요. 그 많은 사람들의 소개와 조리 과정 그리고 심사 과정을 짧으면 1~2분 이내, 길면 5분 안에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이는 쇼츠와 릴스 등 숏폼 콘텐츠를 만들기에 적합한 구성입니다. 그래서 흑백요리사 콘텐츠는 여기저기서 쇼츠와 릴스를 양산하고 다니는 사람들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예선전이 주가 되었던 1~2화의 장면을 소재로 한 숏폼 콘텐츠가 대량 양산되고 있죠. 그야말로 입소문 대박을 친 겁니다.

 

유튜브 쇼츠 목록

 

 

 

 

 

콘텐츠 기획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흑백요리사의 성공 요인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성공 요인 중 스토리로 콘텐츠 기획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물론 어떤 유형과 내용의 콘텐츠를 제작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스토리의 구조로 콘텐츠를 제작한다고 했을 때 다음과 같이 기획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콘텐츠 내에서 주인공을 설정하고요. 이 주인공이 어떤 인물과 갈등을 겪거나 문제에 부딪치면서 역경과 고난을 겪게 합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문제를 해결하고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 거죠.

 

구조 자체는 간단하지만 잘 와닿지 않을 수 있기에 사례를 통해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매튜 룬의 <픽사 스토리텔링>에서는 위와 같은 스토리의 구조를 빌려 간단한 브랜드 소개서를 제시하는데요. 해당 책의 내용을 잠깐 인용해 자율주행 자동차 브랜드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먼 과거에 이동의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자동차가 발명됐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자동차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교통 체증, 사고, 매연 등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과학자, 공학자 등이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요. 소프트웨어 기술과 AI 기술의 등장으로 해결책을 찾은 듯했습니다. 그러나 정부 규제 등 새로운 과제가 나타나죠. 그래서 우리 브랜드는 OO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후 더 안전하게 빠르게 자율주행차를 운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우리는 이런 일을 하는 자율주행 자동차 브랜드입니다’라고 소개하는 게 아니라 스토리를 만들어 극적으로 변형시켰습니다. (다만 여기서는 인물과의 갈등 대신 어떤 문제로 인한 고난을 등장시켰습니다)

위와 같이 ‘주인공 설정 -> 다른 인물과의 갈등 혹은 문제 발생 -> 갈등, 문제 해결 위한 주인공의 노력 -> 해결’의 구조를 띤다면 좀 더 기억에 남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마치며

흑백요리사가 여타 서바이벌 프로그램과는 달리 크게 성공한 이유는 본문에서 다뤘듯이 스토리로 드라마를 만들고 동시에 입소문이 퍼지기 쉬운 요소들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콘텐츠가 난무하는 시대에서 돋보이게 하는 필승 전략으로 작용합니다. 물론 제작진의 연출력이 매우 뛰어났기에 이 모든 것들이 가능했지만요. 덕분에 시즌2 제작도 확정이 되었고요. 또 앞으로 흑백요리사를 표방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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