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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트렌드

공중파가 살아남는 방법 (2020년 8월 4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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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의 침체기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공영방송 KBS가 연 1천억 원대라는 매우 큰 규모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MBC 역시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SBS도 모기업인 태영건설이 SBS에서 손을 뗀다는 얘기가 돌면서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데요. 사실 이러한 결과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입니다. 저는 그 이유로, 공중파가 겪은 두 번의 위기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위기로는 종편이 등장하면서 종편에 공중파에 충성했던 시청자와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들 방송국의 인재들을 빼앗겼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위기로는 넷플릭스, 왓챠, 유튜브 등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또 다시 시청자들을 빼앗겼다는 것입니다. 이 두 위기 중 후자의 위기가 훨씬 영향력도, 파급력도 큽니다. 그러기에 공중파가 최근에 겪은 어려움들이 이전에 겪었던 것보다 더 큰 것이죠.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분명히 있습니다. 오늘은 공중파가 살아남기 위해 취해야 할 방법들에 대해 제 생각을 밝히고자 합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을 숏비디오 형태로 제작하라

유튜브 동영상 콘텐츠들이 경쟁력있는 한 가지 이유는, 동영상의 길이를 마음대로 조절하여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재생 시간이 짧은 동영상들이 유행을 타면서 너도 나도 숏폼 형태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워크맨'의 경우 매주 1회 콘텐츠가 나오는데 대개 10분 내외이며 아무리 길어도 15분을 넘기지 않습니다. 긴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부담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경쟁력있는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공중파도 이러한 추세를 거스를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사람들은 시간을 내서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습니다. 쉬는 시간에 잠깐, 자기 전에 잠깐, 짧게 짧게 많은 콘텐츠를 소비합니다. 적어도 1시간의 소비를 요구하는 공중파 콘텐츠는 MZ세대를 위시한 현대인들에게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뉴스나 50대 이상을 타겟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제작하여도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전혀 새로운 소재를 사용하여 콘텐츠를 제작하라

공중파가 종편에 밀리는 이유는, 공중파의 콘텐츠가 종편의 콘텐츠보다 신선하지 않고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공중파 콘텐츠의 소재는 뻔하디 뻔합니다. 이제는 포스터만 봐도 결말까지 예측이 가능한 정도죠. 게다가 끊이지 않는 '막장' 소재는 시청자들이 학을 떼게 만듭니다. 반면 종편은 새로운 소재를 사용해 실험적인 콘텐츠를 제작해왔습니다. 드라마에서는 tvN의 <응답하라> 시리즈, <시그널>, <미생>이나 JTBC의 <스카이캐슬>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예능에서는 tvN의 <삼시세끼>, <윤식당>, TV조선의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채널A의 <하트시그널>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들 프로그램의 특징은 이전과는 다른 신선한 소재와 포맷을 사용하여 시청자들에게 선보였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시청자들은 '이미 다 아는 얘기'를 굳이 보고싶어 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공중파 콘텐츠도 격을 깨고 전혀 새로운 소재를 사용해 콘텐츠를 제작해야 합니다.

 

 

 

채널A의 <하트시그널>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라

공중파가 종편에 밀리는 이유가 신선하고 새로운 소재의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 공중파가 유튜브, 넷플릭스 등 디지털 플랫폼에 밀리는 이유는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취향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며 다수의 취향을 고려한 대중문화라는 개념은 점차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대신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많은 콘텐츠들이 범람하고 있죠. 이상한 취향을 뜻하는 B급 취향을 저격한 디지털 콘텐츠가 생겨나는 한편, 대기업에서도 B급 취향을 고려한 광고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공중파도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타야 합니다. 다수의 취향이 반영된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보다, 소수의 특이한 취향을 고려한 특이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제작되어야 합니다. 물론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를 생각하면 그런 모험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공중파의 상황이 모험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고려해봤을 때 이런 모험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감히 예측해보건대, 멀지 않은 미래에 공중파는 1개만 남거나 혹은 전부 사라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TV는 방송국의 프로그램들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닌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한 것으로 변할 겁니다. 그럼에도 위와 같은 방안들을 제시하는 것은, 시민에게 공중파의 역할은 종편, 디지털 플랫폼의 역할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공중파가 공영방송으로서의 가치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다수의 시민을 위한 공영방송의 가치가 보존되어야 국민은 안정감을 느낄 겁니다. 도탄에 빠진 공중파들은 과연 위기에서 살아남아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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