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특한 유행이 네티즌 사이에 자리잡았습니다. 2017년 BBC영상을 통해 소개된 관짝밈, 과거 가수 비의 무대인 깡입니다. 얼핏 들으면 갑자기 이러한 것들이 왜 유행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분명 재밌는 요소가 있지만 꽤 시간이 지난 과거의 것들임에도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꼭 한 번씩 언급될 정도인가 하는 의문이 들곤 합니다. 그럼에도 만나는 사람마다 관짝 춤 제스처를 하고 오늘은 몇 깡했는지 물어보는 걸 보면, 파급력이 강하다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밈(meme)이라고 하더군요. 본래 밈은 저명한 학자 리처드도킨스가 본인의 저작 '이기적유전자'에서 언급한 것으로'자기복제적 특징을 갖고, 번식해 대를 이어 전해져오는 종교나 사상, 이념 같은 정신적 사유'를 의미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패러디되고 변조되며 퍼지는 작품 속 문화요소'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흔히 온라인상의 화제가 되는 재밌는 콘텐츠를 맥락없이 소비하면서 역주행시키는 걸 밈으로 볼 수 있는 것이죠.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관짝밈과 1일 1깡이 왜 유행을 하게 됐는지 납득이 갑니다. 일단 앞서 언급했듯이 재밌는 요소가 있습니다. 관짝소년단의 우스꽝스러운 동작, 비의 흑역사와 같은 깡 춤은 네티즌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죠. 이들은 과거 대중에 노출되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뜨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무슨 이유에선지 네티즌들 사이에서 하나 둘 언급되기 시작됐고 급기야 유행으로 빠르게 번졌습니다.
재밌는 건, 이러한 밈을 주도하는 주체가 네티즌이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관짝소년단과 비의 깡 춤을 네티즌들이 유행시킨 거라고 할 수 있죠. 과거에는 미디어가 유행을 주도하였다면 지금은 네티즌이 주도하는 형국으로 변화했습니다. 이는 미디어의 입지가 좁아지고 SNS나 유튜브 등의 새로운 디지털플랫폼이 그 자리를 메우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디어와 디지털플랫폼의 차이 중 하나는, 네티즌의 관여 여부입니다. 미디어는 단순히 소비자의 일방적인 소비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디지털플랫폼은 네티즌이 직접 참여하게 되죠. 어떻게 보면 일방향이냐, 쌍방향이냐 하는 소통 방식의 차이 일 수도 있겠습니다.
디지털플랫폼에서 네티즌이 참여하는 방식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뉩니다. 직접 콘텐츠를 만드느냐, 남이 만든 콘텐츠에 의견을 덧붙이느냐 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네티즌은 후자에 해당됩니다. 흔히 '댓글달기'라고 하는 이 방식은 네티즌들의 새로운 소통문화을 이끌어갔습니다. 댓글문화는 또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기사를 보거나 유튜브 콘텐츠를 볼 때 가장 먼저 댓글을 확인하는 걸 보면 댓글문화의 파워를 짐작할 수 있죠.
물론 관짝밈과 1일 1깡을 처음 유행시킨 사람은 댓글러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둘 다 동영상이 원형이기 때문에 유튜브 콘텐츠 크리에이터일 가능성이 높죠. 그러나 크리에이터가 처음 불을 지폈다면, 댓글러들이 불이 활활 타오르게 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그만큼 댓글러들의 힘은 큽니다. 앞으로의 유행도 미디어가 아닌 댓글러들이 주도할 공산이 큽니다. 또한 콘텐츠 크리에이터뿐만 아니라 댓글러들의 영향력도 함께 강해질 거구요. 따라서 지금까지는 인플루언서가 유튜브 크리에이터만을 지칭하는 용어였다면 앞으로는 댓글을 주도하는 이들까지 포함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글: www.openads.co.kr/content/contentDetail?contsId=4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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